기획/특집 [디케의 거시기] 어덜트 비디오와 일본 형사법규 - 제1편 음란물반포죄 - 

불토리 2017.01.09 22:21 조회 수 : 4341 추천 : 0 댓글 : 2

 

 

[디케의 거시기]

어덜트 비디오와 일본 형사법규

- 제1편 음란물반포죄 - 

 

 

 

 

 


1. 디케의 거시기
 

 

  정의의 여신 "디케"의 동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한 손에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으며, 대체로 눈이 가려져 있다. 이는 법과 정의를 실현할 때 객관성과 공정성이 엄격하게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무자비하게 반대자들에게 검과 채찍을 휘두르는 "네메시스"와는 다르다. 

 

  하지만 디케는 야동에 대해서 만큼은 눈을 부락부락 뜨고 있는 것만 같다. 1964년 미 연방대법원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은 포르노를 정의하려다 실패하고, "보면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는, 상징적인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사실상 음란물이 뭔지 명쾌하게 가려내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포기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명확성이 중요한 형사법에서 음란물이 뭔지 명확히 가릴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재판이 공정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보면 안다"는 건, 눈으로 보는 동시에, 판단이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야동에 있어서 본능의 집념체는 거시기가 아니던가. "몸이 반응하면 외설, 정신이 반응하면 예술"이란 말도 있다. 그렇다면, 디케는 거시기가 X리는 대로 검을 내리치는 셈이다. (물론 개소리다)

 

 

 

 

 

KR001.jpg

코무로 유리 주연의 무심사 박소계 비디오 <룸 서비스>(1998)

 


2. 형법 상 음란물반포죄 : 일본의 경우

 


  미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브라질 등 자유민주 진영에 있는 국가 다수가 포르노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디케가 거시기를 맘대로 놀릴 일은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형법은 여전히 음화반포죄(대한민국 형법 제243조)와 음화제조죄(동법 제244조)를 규정하여, 포르노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태국, 이란, 사우디, 이집트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일본도.


  흔히들 일본을 포르노 합법국가로 오해하고 있지만, 일본 형법은 분명 한국처럼 "음란물반포죄"를 규정하고 있다(일본 형법 제175조). 포르노를 전면적으로 허용한다고 보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불법국가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바와는 달리, 포르노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성인 비디오(AV)들이 너무나도 버젓이 시중에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제한적 합법국가"라는 표현을 쓴다.


  오늘날 일본에서 AV 관련자들을 음란물반포 혐의로 검거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 물론 위정자들이 관용을 베풀어서 그런 건 아니다. 1951년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번역본이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래, 일본 현대사에서 외설 시비는 끊이지가 않았다. 개중에는 "검은 눈 사건"(1965~69)이나 "로망 포르노 사건"(1972~1980)처럼 무죄로 확정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찰이나 법원 측이 음란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항이 심하고, 무척이나 소모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AV는 음란물 심사를 민간 윤리심사단체에게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공식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영상들은 성기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심사단체의 전문적인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 만큼 외설 시비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신에 무수정이나 무심사 AV는 철저하게 규제된다. 1983년에는 [세탁소 켄]을 비롯한 우라(불법) 비디오를 대대적으로 적발한 사례가 있었다. 1987년에는 "시스루 비디오(シースルービデオ)"라고 모자이크를 아주 희미하게 씌운 상품이 유행했는데, 이러한 제품은 적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업체 위치를 패키지에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역시 종종 음란물 배포로 적발되었다.

 

  시스루 비디오는 1998년 무렵에는 "박소(薄消)계" 또는 "극박(劇薄)계"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만을 기반으로 하고 활동했다. 대표적인 박소계 메이커였던 "할리우드 필름(ハリウッドフィルム)"은 당대 렌탈계 최고의 여배우 코무로 유리(小室友里)를 섭외해서, <룸 서비스(ルームサービス)>(품번 KR-001)라는 작품을 찍었는데, 이게 대히트를 쳤다. 하지만 또 역시나 일제히 검거됐다(참고로 워프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할리우드 필름의 후신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무수정 AV, 그 마저도 적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해외를 기반으로 해서 무수정 AV를 제작해 역수입하는 형태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역수입물은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 현재는 도쿄핫이나 캐리비안 닷컴 등 대부분의 무수정 업체들이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해외에 서버를 기반으로 해서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전송 방식으로 영상을 판매하고 있다.

 

 

 

 

 

H03117.jpg

문제의 작품, <거유 젊은 부인, 젖은 유혹 H, 타케우치 아이>(2007)

 


3. 형법 상 음란물반포죄 : 2007 비데륜 압수수색 사건
 

 

  경찰은 일단 심사를 거친 작품들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법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심사단체의 심사를 거쳤다고 해서 음란성이 해소됐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법은 사법기관이 따질 일이다. 심사를 거쳤는 데도 음란물반포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실제로 있긴 있었다. 이제껏 단 한 번.

 

  문제가 된 작품은 <거유 젊은 부인, 젖은 유혹 H, 타케우치 아이(巨乳若奥様 ねっとり誘惑エッチ 竹内あい)>(HODV-20390), <모에~ 만지는 게 좋은 오토네 나나(萌え~ イジられるの大好き! 乙音奈々)>(HODV-20388) 등 h.m.p와 앗토원커뮤니케이션에서 제작한 다섯 작품이었다. 이들 모두 비데륜(일본비디오윤리협회)에서 심의를 받았다.

 

  2007년 8월 23일, 경시청은 이들 영상에 모자이크가 너무 얇게 나왔다는 이유를 들어 비데륜(일본비디오윤리협회)을직접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이듬해 비데륜 전직 심사위원 네모토 히데타카(根本英隆)와 h.m.p 사장 등 3명이 음란물반포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 측은 자율심의를 받았으므로 문제 없다고 변론하면서 상고심까지 올라갔지만, 2014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최종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가뜩이나 위태위태하던 비데륜은 2010년 해체되고, SOD 계열인 소후륜(컴퓨터소프트웨어윤리기구)과 통합되었다. 현재는 후속기구인 일본콘텐츠심사센터(日本コンテンツ審査センター)가 AV를 심사하고 있다. 일명 "영상륜"이라고 불린다. 


  주연배우였던 타케우치 아이에게 피해가 간 건 전혀 없었지만, 해당 메이커 h.m.p는 이 때의 타격으로 군소 업체로 전락해버렸다. 다른 비데륜계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쿠키나 섹시아는 어느 순간 시장에서 발을 뗐고,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잘 나가는 축이었던 앨리스 재팬과 맥스 에이는 2016년 DMM그룹의 계열사로 들어갔다.


  이처럼 심사단체의 심사를 받은 AV가 음란물반포죄로 기소당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때 한 번 뿐이었다. AV 관계자들이 음란물반포 혐의로 처벌을 받은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고, 따라서 앞으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ai-takeuchi-9.jpg

참고로 이 사건으로 타케우치 아이 등 출연배우들에게 불이익이 간 건 없었다. 오히려 그 후로도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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