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카와나 마리코 탐구] 지금 왜 카와나 마리코를 주목해야 하는가?

불토리 2017.01.05 18:30 조회 수 : 4230 추천 : 2 댓글 : 3

 

 

[카와나 마리코 탐구]

지금 왜 카와나 마리코를 주목해야 하는가?

 

 

 

Mariko Kawana.jpg

 

 

  카와나 마리코(川奈まり子)는 2천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전직 AV여배우다. 그녀는 타메이케 고로(溜池ゴロー) 감독과 함께 이른바 "미숙녀(예쁜 중년 여자)" 장르를 개척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한 인물이며, 타메이케 고로 감독과 결혼하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로는 가정을 꾸리는 동시에, 여성잡지에서 칼럼이나 관능소설을 쓰면서 성인 작가로 명성을 이어왔다. 

 

 

  그런 그녀가 최근 재조명 받은 건 지난 2016년 배우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AVAN"이라는 단체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후지와라 히토미, 코자이 사키, 호시노 아스카 등 여러 전현직 AV여배우들이 협박 또는 사기를 당했던 일들을 토로하면서 AV 강제 출연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해 있었다. HRN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업계와 대립각을 세웠고, 법적 분쟁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AVAN의 대표로 취임한 카와나 마리코는 현 업계의 불합리한 인력구조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인권단체들이 지나친 표현규제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배우들의 인권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내비쳐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다.

 

 

  강제 출연 문제는 단순히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본래 시장에 잠재되어 있던 구조적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해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끝맺을 일이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성인물이 보다 양성화되기 위해선 적어도 이러한 윤리적.사회적 문제들을 등한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된 고찰을 하지 않아 자신의 입장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AV를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사람들로서 마음 한 구석에 원죄와 같은 죄책감이 남을지도 모른다. 

 

 

  AV, 즉 포르노에 대한 입장은 크게 보수주의, 자유주의, 페미니즘 등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보수주의에서는 포르노를 선량한 풍속을 저해하는 사회악으로 취급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숨통은 틔워주는 편이다. 반면에,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성적 자기 결정권과 표현의 자유가 먼저이기 때문에 포르노에 대해서도 훨씬 관대하다.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무분별한 규제와 탄압인 것이다. 주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AV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는 보수주의와 공통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가부장제와 성차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어떤 입장을 취할 지는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마다의 입장에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입장만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주류 페미니즘은 포르노에 내포된 성차별적 또는 혐오 표현들을 파헤쳐내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너는 착취당하고 있으니 네가 종사하는 산업 자체를 없애야 한다" 식의 주장은 현직 포르노여배우들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일 수 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는 건 둘째 치고, 되려 피해 배우들의 생존권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직업의 전문적.직업적 특성을 대우해주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카와나 마리코가 인권단체 HRN을 "배우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단체"라고 비난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업계 제반의 구조적 문제들은 "성(性)" 문제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상의 불합리에서 불거져 나오는 "노동"의 문제이다. 노동수용자인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들을 관철시켜왔으며, 배우들의 요구사항들은 대체로 무시당해왔다. 노동의 문제임을 인정했을 때, 배우들은 노동자로서 마땅히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들은 단결해야 하고, 조직적인 교섭과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AV배우를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인으로 대하는 게 새로울 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전반에 편견과 차별, 또는 혐오 시선이 여전하다. 성적인 터부에 맹목적으로 의존해 피해자들을 타자화시키거나, 집단적 희생의식에 따라 교조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다보니, 몇몇 인권단체들이 여배우들의 생존권이나 자기결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의 대안들을 내놓게 된 건 아니었나 싶다. 반면에 카와나 마리코가 조직한 AVAN은 AV여배우가 직업인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 해결방안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큰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카와나 마리코의 노력이 보다 큰 조직적 행동을 이끌기 위한 단계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지원이 참 절실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카와나 마리코의 반생에 대해서 정리해봐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카와나 마리코가 어떤 발언이나 행동들을 취해왔고, 어찌 하여 구조적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다. 카와나 마리코에 대한 자료들을 정리해보면, AV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어떠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진 않을까 막연한 기대도 갖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끝까지 자세하게 읽어주실 지도 모르는 독자 분들도 같은 고민을 나눠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녀의 반생과 가치관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연구"나 "분석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니깐, "탐구"라는 약간 더 일상적인 용어를 썼다). 본격적으로 정리하기에 앞서 간단한 프롤로그를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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